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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을 만든 실험과 질문들 - 얽힘, 측정, 허점

by infonote14 2026. 10. 4.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양자역학을 처음 접할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양자 얽힘입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되어 측정 결과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는 설명은 일상적인 경험과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혹시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떤 정보가 입자 안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두 입자가 처음 만들어질 때 서로의 결과를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에 나중에 측정했을 때 서로 관련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호기심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과 동료들이 제기한 EPR 논쟁은 존 벨의 정리를 거치면서 실제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는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여러 세대의 물리학자들이 얽힌 광자와 전자 스핀 등을 이용해 벨 부등식을 측정했습니다. 1972년 클라우저와 프리드먼의 실험을 비롯한 초기 실험들은 양자역학이 예측하는 강한 상관관계를 관측했고, 이후 실험 기술이 발전하면서 주요한 실험적 허점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2015년에는 서로 1.3km 떨어진 곳의 전자 스핀을 이용해 주요 검출 및 국소성 허점을 동시에 다루는 벨 실험이 발표되었고, CHSH 값으로 S = 2.42 ± 0.20이 측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결과는 정말 “얽힘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얽힘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얽힘은 단순한 상관관계와 무엇이 다른가?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상관관계’와 ‘양자 얽힘’을 구별해야 합니다. 두 사건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얽힘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쉬운 예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빨간 카드와 파란 카드를 한 장씩 준비해 각각 봉투에 넣은 뒤 두 사람에게 나누어 줍니다. 한 사람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봉투를 열어 빨간 카드를 발견했다면, 다른 사람이 가진 카드가 파란색이라는 사실을 즉시 알 수 있습니다. 두 결과 사이에는 완벽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아무런 신비한 현상이 없습니다. 카드는 애초에 만들어질 때부터 색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 정보를 몰랐을 뿐입니다.

아인슈타인과 포돌스키, 로젠이 1935년 제기한 EPR 논쟁에서 중요했던 부분도 바로 이 문제였습니다. 양자역학이 말하는 얽힌 상태의 측정 결과가 사실은 입자들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숨은 정보로 설명될 수 있다면, 양자역학의 파동함수가 물리적 실재를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양자역학의 독특한 특징이 등장합니다.

얽힌 두 입자는 각각을 독립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두 입자를 하나의 공동 상태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입자의 스핀이나 광자의 편광을 특정한 얽힘 상태로 준비하면, 각각의 측정 결과 자체는 예측하기 어렵더라도 두 측정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는 매우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존 벨은 1964년 매우 중요한 수학적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국소적인 숨은 변수 이론이 자연에 적용된다면 측정 결과 사이의 상관관계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양자역학은 특정한 얽힘 상태에서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상관관계를 예측합니다. 이후 CHSH 형태의 벨 부등식은 실제 실험에서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따라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얽힘이라는 이상한 현상이 정말 있는가?”라는 막연한 질문이 아니라,

“얽힌 입자에서 관측되는 상관관계가 국소적인 숨은 변수 이론이 허용하는 한계를 넘어서는가?”

라는 구체적인 질문이 된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실험 결과가 단순히 입자 하나의 특성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장소에서 각각 측정한 결과를 모아서 그 사이의 상관관계를 계산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벨 실험에서는 얽힌 입자 한 쌍을 생성한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보냅니다. 각 측정소에는 측정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광자 실험에서는 편광 측정이 사용될 수 있고, 다른 실험에서는 전자의 스핀과 같은 양자 상태를 측정합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얻은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특정한 상관관계 값이 계산됩니다. 노벨상 자료에서도 얽힌 광자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내고 각 광자의 편광을 측정한 뒤 그 결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만약 입자들이 단순히 미리 정해진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 정보가 국소적으로 작동한다면 벨 부등식이 정한 범위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 그 한계를 넘는 상관관계가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중요한 것은 눈으로 얽힘을 볼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물리학에서 어떤 현상이 실재한다고 말할 때는 그 현상이 다른 설명과 구별되는 측정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얽힘은 단순한 수학적 장식이 아니라 실제 실험 결과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 자원으로 취급됩니다.

2. 실험에서는 얽힘을 어떻게 확인했을까?

얽힘을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두 입자를 만들어 놓고 측정했더니 결과가 비슷했다”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전적인 방식으로 미리 정보를 정해놓은 입자도 서로 강한 상관관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이 예측하는 상관관계와 고전적인 국소 숨은 변수 이론이 허용하는 상관관계를 구별해야 합니다.

1972년 존 클라우저와 스튜어트 프리드먼은 얽힌 광자를 이용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광자의 편광을 측정하고 그 결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벨 부등식이 위반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노벨상 자료는 이 실험이 벨 부등식의 명확한 위반을 보여주었으며 결과가 양자역학의 예측과 일치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과학자들은 곧바로 실험을 끝내지 않았습니다.

실제 실험 장비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광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광자가 원하는 상태로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 생성된 모든 광자를 검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측정 장치의 효율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측정 설정을 미리 고정해 놓으면 실험의 특정 조건이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를 벨 실험의 허점(loophole)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검출 허점과 국소성 허점이 있습니다. 검출 허점은 측정되지 않은 입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국소성 허점은 한쪽에서 측정 설정을 선택한 정보가 다른 쪽의 측정 결과에 영향을 줄 시간이 없도록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와 관련됩니다.

알랭 아스펙트의 1980년대 실험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중요한 발전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측정 설정을 빠르게 바꾸는 방식을 사용해 측정 설정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문제를 줄이고 국소성 조건을 더욱 엄격하게 다루었습니다. 이후 여러 연구팀이 검출 효율과 측정 거리, 무작위 설정 선택 등의 조건을 개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양자역학이 얽힘을 예측한다는 것과 실험에서 얽힘을 증명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론은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하는지 알려주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장비의 잡음과 검출 효율, 입자의 손실, 측정 시간 등 수많은 요소를 통제해야 합니다.

2015년 발표된 실험은 이 문제를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네덜란드 연구팀은 서로 약 1.3km 떨어진 두 장소에서 전자 스핀을 이용했습니다. 연구진은 효율적인 스핀 판독과 빠른 무작위 측정 설정, 공간적 분리를 결합해 검출 허점과 국소성 허점을 동시에 다루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245회의 시험에서 CHSH 벨 부등식에 대해 S = 2.42 ± 0.20을 얻었으며, 국소 실재론적 가설을 기준으로 통계적 검정을 수행했습니다.

이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숫자가 2보다 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험 장치의 구조 자체가 “혹시 우리가 측정한 결과가 다른 고전적 원인 때문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에 발표된 후속 분석에서는 같은 장치를 이용한 두 번째 벨 실험에서 S = 2.35 ± 0.18, 두 실험을 합친 값으로 S = 2.38 ± 0.14가 보고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국소 실재론적 이론에 대한 반박을 더욱 강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법이 보입니다.

얽힘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얽힘이 없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통계적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측정이 서로 다른 실험 장치와 입자 시스템에서 반복되면서 얽힘은 점점 더 단순한 이론적 가정과 구별되는 실험적 현상이 되어 갔습니다.

3.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실험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현재의 실험 물리학에서 얽힘은 단순히 “아직 설명하지 못한 이상한 현상”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얽힌 양자 상태를 생성하고, 그 상태를 보존하며, 서로 떨어진 장소에서 측정하고, 그 결과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실험이 실제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벨 부등식 위반 역시 이러한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관측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표현을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얽힘이 존재한다”는 말이 “우주 어딘가에 두 입자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양자 얽힘은 두 양자 시스템의 상태를 각각 독립적인 상태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물리적 특성을 뜻합니다.

즉 얽힘을 일종의 물리적인 끈이나 신호선으로 생각하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특히 얽힘을 이용해 빛보다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보낼 수 있다는 주장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얽힌 입자 사이에서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것과 한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초광속으로 전달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한쪽에서 입자를 측정했을 때 다른 쪽과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측정 결과 자체를 원하는 메시지에 맞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얽힘의 존재를 곧바로 초광속 통신과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얽힘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양자역학이 자연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고전적인 직관과 다르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벨 부등식은 이 차이를 수학적인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실험은 그 차이가 실제 측정값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양자역학이 예측하는 방향과 일치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2022년 존 클라우저, 알랭 아스펙트, 안톤 차일링거에게 얽힌 광자를 이용해 벨 부등식의 위반을 확립하고 양자정보과학을 개척한 공로로 물리학상을 수여했습니다.

특히 이들의 연구는 기초물리학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얽힘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측정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양자정보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암호, 양자난수 생성과 같은 기술은 모두 양자 상태의 독특한 특성을 활용합니다. 노벨상 자료에서도 얽힌 상태에 대한 연구가 양자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열었다고 설명합니다.

이것은 흥미로운 역사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처음 얽힘은 물리학의 문제였습니다.

“양자역학은 자연을 완전히 설명하는가?”

그다음에는 실험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벨 부등식을 실제로 위반하는가?”

그리고 이제는 기술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얽힘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가?”

따라서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오늘날 단순히 “있다” 또는 “없다”라는 답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험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얽힌 양자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고, 서로 떨어진 측정 결과 사이에서 고전적인 국소 숨은 변수 설명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상관관계가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얽힘은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답은 결국 실험 자체에 있습니다. 1972년 초기 벨 실험에서 시작해 아스펙트 등의 실험으로 이어졌고, 2015년에는 주요한 실험적 허점을 동시에 다루는 벨 실험까지 등장했습니다. 이후에도 얽힘을 더 먼 거리에서 생성하고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양자역학의 다음 질문이 등장합니다.

만약 얽힘이 실제라면, 서로 아무런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두 입자가 어떻게 하나의 양자 상태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인 양자 지우개 실험과 연결됩니다. 양자 지우개에서는 측정 정보가 사라지거나 구별 불가능해지는 조건에 따라 간섭 현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면서, 양자역학에서 ‘정보’와 ‘측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한 단계 더 깊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